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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정의 육아경영/교육칼럼] 백지의 기적, “거실 유리칠판 활용하면···수학도 한자도 놀이”
이름: 관리자    작성일자: 2016-05-19 05:59    조회수: 1657    
[김연정의 육아경영/교육칼럼]
?백지의 기적, “거실 유리칠판 활용하면···수학도 한자도 놀이”

 

아이를 키우는 집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는 재미있는 힌트 하나가 있다. 바로 ‘낙서’다. 아기가 있는 혹은 있었던 집이라면, 어느 곳 하나 쯤에서는 낙서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여자아이 남자아이 할 것 없이 영유아 시기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공간을 가리지 않고 낙서를 한다는 점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도 어릴적엔 무수히 낙서를 하며 자기를 표현해 왔다. 단지 낙서의 추억을 잊어버렸을 뿐.

인간은 ‘본능적으로’ 그리고 쓴다.

엄마들은 아이가 벽에 낙서하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다. 낙서하지 말라고 아이에게 주의를 주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들은 그저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한 곳에만 그리라’며 벽에 전지를 붙여준다든지, 화이트보드나 아크릴칠판을 설치하는 방법은 매우 적극적인 대처법에 해당한다.

어떤 대안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별도의 공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집의 크기를 떠나 어느 집이든 통유리창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거실 유리를 칠판으로 활용하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서도 아이와 엄마 모두가 만족할 수 있다.

집에 있는 유리창을 눈여겨 보자. 오늘부터 그 유리는 아이의 놀이 칠판이 될 수 있다. 거실 유리가 칠판이 되는 순간, 아이에겐 마음껏 그리고 쓸 수 있는 ‘거대한 백지’가 탄생하는 것이다. 거실유리 전체를 맘껏 활용할 수 있게 해 주면 그걸로 충분하다. 단, 마커펜과 지우개는 넉넉히 준비해 주자.

필자의 딸도 어릴때부터 낙서(어른이 보기엔 낙서, 아이 본인에겐 작품)를 남겨왔다. 지운다고 지워봤지만, 장농이나 거실장 등 숨겨진 곳곳에 아직 그 흔적들이 남아있다. 어느 날부터 마커펜을 주고 거실 유리를 칠판삼아 마음대로 그리고 지우라고 해 보았다. 유아기 때엔 낙서판이었던 거실유리가 초등학생이 되고 부터는 놀이 겸 학습용 공간이 되었다.

가끔 집 안에서 놀꺼리가 없으면, 아이가 말한다. “엄마, 뭐하고 놀까?” 그러다가 자연스레 유리칠판으로 가서 초성으로 낱말맞추기 퀴즈를 낸다든지, 최근에 배운 한자를 엄마에게 가르쳐 주다든지 적극적으로 놀이를 만들어 낸다. 이미 다 아는 아주 쉬운 한자라도 엄마는 그저 모르는 척 들어주고 반응한다. 아이는 가끔 선생님들이 하는 것처럼 그대로 흉내내며 시험문제도 낸다. 그럼 엄마는 그 시험에 또 반응해 준다. 아이에겐 신기하고도 새로운 ‘배움’이기 때문에 엄마에게 공유하고 싶은 것이다. 아이들의 그런 ‘낙서본능’과 ‘공유본능’을 긍정적으로 자극해 줄 때, ‘백지의 기적’이 일어난다.

△사진설명: ​초등생 최수안이 거실 유리칠판을 활용​해 ​수학문제와 한자를 엄마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연정​
<△사진설명: ?초등생 최수안이 거실 유리칠판을 활용?해 ?수학문제와 한자를 엄마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연정?>
 

어느 날, 딸아이가 수학문제집을 풀고 나서 틀린 문제 중 하나를 골라 풀이방법을 엄마에게 설명하기로 했다. 다 풀고 나서 엄청 신나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아이. 엄마는 풀이를 끝낸 아이의 노력에 대해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주었다. 마치 전혀 몰랐던 것을 알게된 것 마냥 즐거워 하는 표정도 잊지 않았다. 칭찬할 때 엄마의 오버액션이 살짝 들어가면 아이는 더 좋아한다.

[거실 유리칠판을 활용한 초등 저학년 자기주도 공부 Tip]

아이 스스로 문제를 푼다.

틀린 문제를 확인하여 오답노트에 다시 풀고, 왜 틀렸는지 확인한다.

어려웠던 문제나 실수하기 쉬운 문제를 아이가 직접 골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한다(이 때 거실 유리칠판을 `백지`로 활용한다.)

부모는 아이를 칭찬해준다.(틀린 이유를 확인하고 다시 풀어낸 과정과 노력을 중심으로 칭찬해 주면 된다.)

거실 유리칠판의 또 다른 장점은 ‘말하는 공부’가 된다는 것이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발표력을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습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남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여러 공부방식 중 가장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학습효율성 피라미드(러닝 피라미드, Learning Pyramid)`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학습 후 24시간 내에 머리속에 남아 있는 비율을 측정한 것인데, ‘강의듣기’ 방식은 5%만 남아 있는 반면, ‘서로 설명하기(남 가르치기)’의 경우 90%가 남아 있었다. 최근 교육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하브루타’와 ‘메타인지`를 정의할 때에도 ‘말하는 공부법`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다른 사람에게 말로 설명을 하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모르는지’를 명확하게 알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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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유리칠판은 하나의 도구일 뿐이지만, 부모가 활용법을 바꾸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세를 취하면, 아이는 별것 아닌 것으로 보이는 이 도구를 ‘창의적인 놀이’와 ‘효율적인 학습’의 공간으로 변신시키게 된다.

부모는 그저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엄마와 아빠가 함께 그리고 쓰면 아이가 더 좋아할 지도 모른다. 그게 낙서든, 놀이든, 공부든 상관없다. 처음에는 낙서부터 시작하겠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남에게 설명해 주는 칠판으로 활용하게 되고 더 나아가 가족 구성원들을 이어주는 끈이 되어 줄 것이다.

집안을 둘러보면. 분명 유리칠판으로 활용할만한 ‘거대한 백지’가 있다. 아이에게 마커펜과 지우개를 건네며 말해보자. “자, 이제 여기에다 마음껏 쓰고 그리렴.”

[필자] 김연정 트위터코리아 이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마케팅담당 부장, 아디다스코리아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장을 지냈고, 저서로는 ‘난 육아를 회사에서 배웠다 (매일경제신문사)’가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성공’을 지향하며, 육아동지들을 위한 ‘리더십` 강연도 진행한다.

http://www.etnews.com/2016040800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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