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맘의 교육노트
엄마가 되기 전 나는 먼 길도 되도록 걸어다녔다.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던 그때 내 발걸음을 자주 멈추게 했던 곳 중 하나가 이화여대 후문 근처에 있는 어린이책방 ‘초방’이었다. 그리고 꿈꾸었다.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비 오는 날에는 코코아도 만들어 주는 책방 주인이 되어야겠다고. 아진이 엄마가 된 지금, 책방의 주인은 되지 못했지만 여전히 나는 책 냄새를 좋아하고, 이사할 집을 선택할 때 도서관의 위치를 제일 먼저 확인한다.
책은 언제나 그렇지만 항상, 늘 옳다. 이는 아이를 키우면서 매번 얻는 교훈이기도 하다. 주변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엄마에게 교육 비법을 묻지 않을 수 없는데, 그들은 ‘정답은 없지만 독서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별한 비결을 기대한 나로서는 힘이 빠지는 대답이다. 하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그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독서는 정말 아이를 잘 키우는 불변의 진리다. 아진이가 일곱 살이 된 요즘, 이제 막 아이의 독서교육을 시작하는 후배 엄마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게 바로 ‘작은 도서관’이다. 작은 도서관이란 보유 도서가 1000권 안팎의 말 그대로 규모가 작은 도서관으로 30%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공립, 70%는 사립 형태로 운영된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지만 고양, 용인, 부천 등 젊은 엄마들이 많은 수도권 신도시에 많은 몰려 있는 게 특징이다. 주로 도심 상가에 위치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아 큰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지 못하는 엄마들도 아이와 들르기 좋다. 작은 도서관의 첫째 장점은 엄마들의 품앗이 활동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독서 프로그램에 있다. 일례로 내가 사는 일산 화정 지역의 작은 도서관에서는 전래동화를 읽는 옛이야기 수업과 책을 읽고 노작도 하는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엄마들을 위해서 우쿨렐레를 배워보는 수업도 있다. 이렇게 작은 도서관은 책만 읽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즐기며 노는 곳이다.
둘째, 작은 도서관에는 아이 교육에 적극적이고 독서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이 많이 찾는 만큼 ‘엄마의 멘토’를 만날 확률이 높다. 그 동네를 살아본 사람만이 아는 사소한 정보부터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 정보도 친절하게 알려주는 엄마들이 많다. 꼭 단기간의 학습 목표만이 아니라 교육이란 무엇인가 라는 본질적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도 어색하지 않다. 셋째 장점은 책을 고르는 안목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작은 도서관에 보유한 책들은 권수가 적은 대신 어떤 책을 꺼내 봐도 대부분 어린이 필독서다. 도서관 예산이 넉넉지 않아 어린이도서연구회의 권장도서 등 꼭 필요한 책을 엄선해 갖춰놓기 때문이다. 또한 벼룩시장이나 교육박람회는 언제 열리는지, 아이를 데리고 가볼 만한 전시회나 공연은 무엇이 있는지 정보가 가득한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한다. 아진이와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요일을 정해 시립 도서관을 찾는 한편, 작은 도서관은 학원 스케줄이 잠깐 비거나 아이가 집에 있는 걸 지루해할 때 수시로 방문하는 편이다. 내가 사는 지역에 있는 작은 도서관을 알아보려면 ‘??동 작은도서관’ 식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02-388-5933)에 전화로 문의해보자.
지역에 따라 규모나 시설, 활동이 다소 실망스러운 곳도 있을 테지만 낙담할 일은 아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작은 도서관의 장점들은 마음 맞는 엄마들 서넛만 뭉쳐도 충분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내 꿈도 진화했다. 사라 스튜어트의 그림책 [도서관]처럼 아진이의 책들로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게 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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